第 34 計 고육계(苦肉計)
第 34 計 고육계(苦肉計) : 스스로를 희생하는 계략.
스스로를 희생하다. 이는 의심이 많은 상대방의 신용을 사기 위해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는 것을 뜻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몸을 상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므로 만약에 상처를 입게 된다면 그것을 대단한 사실로 받아들인다. 이 점을 이용하여 거짓을 진실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고육계의 핵심이다.
"사람은 스스로를 해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상해를 입었다면 이는 가해를 받은 것이다. 이러하므로 거짓을 진실로, 진실을 거짓으로 보여 계략을 성공시킨다.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고 순수하여야 한다.[人不自害,受害必眞.假眞眞假,間以得行.童蒙之吉,願以巽也.]"
죽는 것보다 팔 하나 없는 것이 낫다. 사람은 스스로 상처를 낼 수 없는 법이다. 따라서 부상을 당했다면 반드시 실제 상황으로 믿을 것이다. 이쪽에서 거짓을 진실인 양 꾸며 적으로 하여금 의심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면, 이간계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몽괘의 원리를 따르면, 적장이 단순하여 속이기 쉬운 자이고 실제와 똑같은 합리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다면, 반드시 의심하지 않고 믿을 것이다.
1. 삼국지연의 황개의 고육계
삼국 시대 적벽 대전이 시작되기 전의 어느 날, 무고한 죄로 참수된 위나라 장수 채모의 종제이며 수군부장(水軍副將)인 채중(蔡中)·채화(蔡和) 두 형제는 조조에게 원환을 갚기 위해 오나라로 투항해 왔다고 울면서 호소했다.
오나라의 대도독 주유는 이들을 기꺼이 맞아들이면서도 그들이 첩자로 온 것임을 간파하고 있었다.
며칠 뒤 오나라의 군사 작전 회의에서 모의에 능한 장수 황개(黃蓋)는 화평론을 고집하다가 드디어 주유의 비위를 거슬러 목을 베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앞으로 항복이라는 말을 입밖에 내는 자는 가차없이 목을 베리라."
오왕 손권의 엄명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장수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중에는 감녕(甘寧)처럼 목숨을 걸고 그를 변호하는 등 모두가 입을 모아 그를 변호했기 때문에 마침내 감형되어 태형 백 대의 형에 처해졌다.
항개의 살가죽은 터져 유혈이 낭자하였다. 피투성이가 된 그의 몸둥이가 진지에 있는 그의 막사로 옮겨졌을 때 그는 이미 정신을 잃고 있었다. 그를 문병간 부장 노숙(魯肅)은 참상을 보자 못해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며칠 후 황개의 참모인 감택은 밀서를 갖고 조조에게 투항했다. 그 밀서에는 "부대를 이끌고 투항하겠다"고 쓰여 있었다. 물론 조조는 이를 의심했으나 그때 마침 채중·채화 형제의 보고서가 도착하여 황개의 밀서 내용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감택은 조조의 지시를 받고 진지로 돌아와서 황개와 은밀히 의논하여 "뱃머리에 파랑색 깃발을 단 배가 가까이 가면 우리 부대인 줄 아시오"라는 내용의 밀서를 다시 조조에게 보냈다.
드디어 결전의 때가 왔다. 오나라 군사는 수륙 양면에서 한구(漢口) 부근까지 진출, 돌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21일, 화선대(火船隊)를 지휘하여 오나라 군사의 선두에 선 황개는 해가 지기를 기다려 조조에게 다음과 같은 밀서를 급히 보냈다.
"주유의 감시가 심해서 탈출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후방에서 식량선이 도착하여, 나에게 그 지휘를 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이때를 이용하여 오늘밤 이경(二更)에 청룡기를 뱃머리에 달고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만재한 식량선과 강동에서 이름난 장수들의 목을 선물로 가지고 가겠으니 기쁘게 받아 주십시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주유의 전군은 전진을 개시했고, 오왕 손권이 이끄는 본진은 그 뒤를 따랐다. 때마침 달은 휘영청 밝았으나 강 위는 밤안개가 짙게 깔려 있었고 동남풍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수군의 본진에 있으면서 달빛 아래 출렁이는 강상을 바라보고 있던 조조는 이윽고 약속대로 황개의 부대가 오는 것을 보고, "과연 내 뜻대로 되는구나." 하고 크게 기뻐하였다.
그런데 아무래도 수상쩍었다. 만약 황개의 배가 식량을 실었다면 흘수(吃水:배가 수면에 뜨는 정도)가 깊이 잠겨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너무 얕고 그 속력이 너무 빨랐다. "멈춰라!" 하고 조조가 명령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바람을 타고 불을 뿜는 선단은 성난 파도처럼 수상 요새를 향해 돌진해 들어왔다.
그때 조조의 배는 쇠줄로 연결되어 있어서 미처 피할 수가 없었다. 불길은 삽시간에 다른 배로 옮겨붙어 막을 길이 없었다. 이런 대혼란 속에 주유의 수군이 돌격해 왔다.
"물러나라! 물러나라!"
조조의 눈에는 육상과 해상을 막론하고 무섭게 타오르는 불길이 보일 뿐이었다. 그는 측근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도망을 갈 수는 있었으나 처참한 참패였다.
이리하여 조조의 천하 재패의 대야망은 한 가닥 꿈이 되어 강상에 짙게 깔린 안개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와 동시에 그것은 황개의 고육계가 대성공을 거두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 적벽대전은 앞서 설명한 반간계와 연환계, 그리고 고육계가 잘 어우러진 그야말로 당대 최고의 지략가들의 싸움이었다.
스스로를 희생하다. 이는 의심이 많은 상대방의 신용을 사기 위해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는 것을 뜻한다. 역사적으로 거짓투항하기 위하여 스스로 벌을 받거나 하는 식으로 많이 쓰였다. 특히 삼국지연의의 백미인 적벽대전에의 황개의 고육계가 유명하다.
원문의 풀이글은 다음과 같다.
"사람은 스스로를 해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상해를 입었다면 이는 가해를 받은 것이다. 이러하므로 거짓을 진실로, 진실을 거짓으로 보여 계략을 성공시킨다.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고 순수하여야 한다.[人不自害,受害必眞.假眞眞假,間以得行.童蒙之吉,願以巽也.]"
三國志演義에서 묘사된 황개의 고육계에 대해서 살펴보자. 어디까지나 연의 상의 이야기일 뿐이지, 실제로 있었던 일은 아니라는 것을 염두해 두자.
조조의 군세와 손오의 군세가 적벽에서 대치하고 있을때, 서로 대군이 대치하고 있는 만큼 소규모의 국지전은 빈번했지만 대규모의 정면전은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겉으로는 소강상태에 있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치열한 신경전 및 첩보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소규모의 국지전에서 번번히 패한 조조는 채모에게 수군의 훈련을 맡겼고, 오군의 적정을 탐지하고자 주유의 친구였던 장간을 첩자로 보낸다. 주유는 장간이 조조의 첩자로 온 것을 알고는 이를 이용해 채모가 자신들과 내통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에 장간이 돌아가 채모가 내통하고 있었다고 보고해, 조조는 채모를 죽인다. 이는 채모가 수군훈련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주유가 채모를 제거하기 위해 '反間計(반간계)'를 쓴 것이었다.
조조는 채모를 죽인후 주유에게 놀아난 것을 알고는 크게 분개한다. 그리고는 채모의 아우인 채중과 채화를 거짓항복시켜 오군에 침투시키고자 한다. 그래서 채중과 채화는 주유에게 거짓항복하며 아무 죄없이 죽은 형의 복수를 하고 싶다고 했다.이에 주유는 크게 기뻐했다. 그러나 주유는 이들의 항복이 거짓인 줄을 알고 있었다. 채중과 채화는 가족들을 데려오지 않은 것을 보고 이들이 첩자로 온 것을 눈치챈 것이다. 그리고는 이들을 역으로 이용하고자 감녕을 불러서 은밀히 분부한다.
이후 황개가 밤에 주유의 막사를 찾아온다. 그리고는 화계를 진언한다. 이에 주유는 자신의 생각도 마찬가지이지만 거짓항복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 고민중이었다고 말한다. 그러자 황개는 자신이 기꺼이 그 역할을 맡고자 했다. 주유가 의심많은 조조를 속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말하자, 황개는 '苦肉計(고육계)'를 진언한다.
다음날 주유는 장수들이 보는 앞에서 황개를 크게 모욕하고 장형에 처한다. 이에 황개는 곤장 50대를 맞고 물러나왔다. 황개가 자기 막사에 누워있는데 감택이 찾아와 고육계가 아닌가 얘기를 한다. 이에 황개는 속내를 털어놓고 감택에게 가짜 항서를 조조에게 갖다 달라고 부탁한다.
감택이 가짜 항서를 조조에게 바치자, 조조는 의심하며 쉽게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감택을 죽이려 하였다. 그때 채중과 채화가 보낸 편지가 도착했다. 그 편지는 황개의 수형에 관한 이야기였고, 이에 조조는 의심을 풀고 황개를 받아들이고자 한다.
감택은 황개에게 소식을 전한후, 채중과 채화의 소식을 알고자 감녕에게로 간다. 감녕과 감택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채중과 채화가 들어왔다. 이에 감녕과 감택은 짐짓 주유에게 불만이 가득차, 吳를 배반할 생각이 있는것처럼 연기했다. 그러자 채중과 채화는 이들에게 모반할 뜻이 있는 것으로 여겨, 자신들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리고는 네사람은 의기투합하였다.
채중과 채화는 이 이야기를 조조에게 편지로 보냈다. 감택은 감택대로 황개가 청아기를 꽂고 투항하러 갈 것이라는 편지를 보냈다. 조조는 두 통의 밀서를 받았지만 의혹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다. 이에 모사들과 상의하는데 장간이 지난 번의 실수를 만회하겠다며 나섰다.
장간이 찾아오자 주유는 크게 화를 내며 상대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장간을 작은 암자에 감금하고 감시병을 붙혔다. 이에 장간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누군가 병서를 읽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가 방통이며 주유에게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와 함께 조조에게로 간다.
방통을 맞은 조조는 크게 후대하며 그에게 군략에 관한 조언을 구한다. 이에 방통은 조조군이 수상전에 익숙치 않고, 물도 맞지 않아 크게 고생하고 있음을 간한다. 그러자 조조는 감탄하며 대책을 묻는다. 방통은 배를 쇠사슬로 서로 연결하고 그 위에 널빤지를 깔면 인마가 육지와 같이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에 조조는 즉시 좌우에 분부하여 배들을 모두 쇠사슬과 널빤지로 연결하였다.
이는 주유가 방통에게 미리 지시해둔 것으로, 화계를 쓸 때 배들이 연결이 되어 있으면 피해가 커지게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방통이 배를 연결하는 책략을 펼친 것을 '連環計(연환계)'라 하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는 '제35계 연환계'에서 하도록 하겠다.
이렇게 화공에 대한 준비는 모두 끝났으나 동남풍이 불지 않는 것을 알고 주유는 크게 앓게 된다. 이에 제갈량이 자신이 동남풍을 부르겠다고 말하여 주유를 일으킨다.
그리고 황개는 인화물질을 실은 배를 조조의 선단에 부딪혀 불을 일으키고, 동남풍이 불어 조조의 선단에 퍼져가는데, 조조의 선단은 연환계로 엮여 있어서 분리하지도 못하고 모두 전소되고 말았다...는 것까지가 연의에서 묘사하고 있는 적벽대전의 전모이다(헥헥...;;).
딱히 고육계에 대한 설명은 더 필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살펴본 '三國志演義' 상의 적벽대전의 전모를 보면 '反間計(반간계)', '苦肉計(고육계)', '連環計(연환계)' 등이 모두 등장하는 희대의 전략전이...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나관중이 지어낸 뻥(...)이다.
진수의 三國志 正史 吳書(오서) 주유전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적벽에서 손유 연합군이 조조 군을 우연히 만났을 때, 주유의 부장 황개는 '적은 큰 세력이고 아군은 힘이 없으니 견디기가 어렵다'고 말하며 화공에 의한 속공을 제안하고는 스스로 실행을 떠맡았다. 그리고 사전에 조조에게 투항하겠다는 거짓 편지를 몰래 보내두었다. 조조군은 황개의 선대가 나타나자 목을 빼고 황개의 모습을 살피며 '황개가 투항해왔다'고 떠들어댔다..."
진수의 三國志에 주석을 붙인 배송지도 '강표전'을 인용해 황개가 보낸 편지를 실어두고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황개가 조조에게 투항해 목숨을 바치고자 하는 이유는, 첫째, 조조군이 너무 강해 오나라가 대항해 싸울 수 없고, 둘째로 이러한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바이며, 셋째로 오나라의 정치는 부패하여 현명하고 어리석음을 분간하기 힘든 형편이기 때문이었다."
황개가 적벽에서의 대치 상태 중에 조조에게 거짓투항한 것은 사실이나, 고육계를 쓰지는 않았다. 모든 사료를 뒤져봐도 주유와 황개가 고육계를 꾸민 흔적도 없으며, 황개가 매를 맞은 이야기도 없고, 황개의 편지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 단지 나관중이 적벽대전을 좀 더 극적으로 보이고자 그려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