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24 計 가도벌괵(假道伐虢) :
길을 빌려서 괵나라를 정벌하다.
길을 빌려 괵나라를 치다. 이는 春秋時代(춘추시대)에 晉獻公(진헌공)이 晉나라와 인접해 있는 괵나라와 우나라 때문에 골치를 앓다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쓴 계략이다.
"적과 아군의 두 나라 사이에 위치하는 약소국에 대해 만약에 적이 진출하면 우리도 구원을 명분으로 진출하여 차지한다. 약소국의 곤경에 말만 있고행동이 없다면 신뢰하지 않는다.[兩大之間,敵脅以從,我假以勢.困,有言不信.]"
뭔가 딱히 와닿지 않는 해설이다. 실제 '가도벌괵'의 계략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다.
1. 춘추
진헌공이 인접한 괵나라와 우나라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는 얘기는 앞에서도 한 바 있다. 하지만 진헌공이 괵을 치려 하면 우가 와서 괵에 가세하고, 또 우를 치려하면 괵이 와서 가세하는 바람에 쉽게 해결을 낼 수가 없었다. 이 우나라와 괵나라의 관계를가리켜 '脣亡齒寒(순망치한)'의 입술과 이의 관계로 흔히 일컬어 왔을 정도였다.
한번은 괵나라가 또 진나라의 남방에 침범해 왔다. 진헌공이 대부 순식에게 상의한다.
"괵을 쳐야 할까?"
"우와 괵은 서로 친한 사이입니다. 우리가 괵을 치면 우는 반드시 괵을 돕습니다. 우리가 만일 군사를 옮겨 우를 치면 이번엔 괵이 반드시 우를 도울 것입니다. 신은 두 나라와 싸워 이겼다는 나라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대책을 논의하던 중에 순식이 아뢴다.
"신에게 한 가지 계책이 있습니다. 처음엔 괵을 굴복시키고 다음엔 우를 굴복시켜 두 나라를 모두 주공께 바치겠습니다."
"그런 좋은 계책이 있다면 속히 말하오."
"우와 괵 두 나라 사이를 떼어놓아야 합니다. 주공은 많은 뇌물을 우나라에 보내시고 잠시 길을 빌려[가도] 괵나라를 치십시오[벌괵]."
그리하여 우공이 탐내하는 좋은 구슬과 말을 가지고 순식이 우나라에 갔다. 우공은 처음에 괵나라를 치려는 것을 알고 분기충천했으나, 구슬과 말을 보고 태도가 바뀌었다. 또한 괵을 친 후에 괵에서 노획한 물건을 모두 바치겠다는 얘기를 듣고 또한 크게 기뻐했다. 이에 우공의 곁에 있던 궁지기가 간한다.
"주공께서는 진나라의 청을 승낙하지 마십시오. 속담에 이르기를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진나라가 우리 우와 괵에 손을 쓰지 못한 것은 우리 우와 괵이 입술과 이처럼 서로 돕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괵이 망하면 그 다음은 우리 우나라의 차례이옵니다."
그러나 우공은 궁지기의 말을 듣지 않고 진나라에 길을 내주었다.
이에 진헌공은 이극을 대장으로 삼고, 순식을 부장으로 삼아 우나라를 지나 괵나라를 쳤다. 그리고 괵나라를 친 후에는 괵나라 부고에 있는 보물의 10분의 3과 아름다운 궁녀들을 우공에게 바쳤다. 우공은 크게 기뻐했다. 그리고는 우나라를 찾아온 진헌공과 함께 사냥을 했다. 사냥을 하던 도중 성안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보니 진나라의 군사들이 도성을 점령해 버린 이후였다. 이에 우공은 진헌공에게 길을 빌려주고 결국 나라까지 넘겨주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가도벌괵'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기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가도벌괵'은 이 실제 사례보다 다른 사례로 사람들에게 더 익숙하다. 그것이 무엇인가 하면 바로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주유의 '가도벌괵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2. 전국
어느 날 진(秦)나라의 사신이 조나라에 와서 말했다.
"우리 두 나라가 협동하여 이웃 연나라를 칩시다. 성공하기만 하면 당장 연나라 영토의 반을 떼어 주겠습니다."
이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인 조나라 왕이 군사를 동원하려 하자 한 신하가 나서서 간했다.
"연나라를 치게 되면 미처 식사도 끝나기 전에 진나라의 군사가 우리 나라를 덮치게 될 것입니다."
이웃 나라끼리인 조나라와 연나라가 협동하여 견제하고 있으므로 강대국인 진나라도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만약 한쪽 나라가 힘을 잃게 되면 나머지 나라도 쉽게 진나라의 밥이 되고 말 것이다.
어떠한 책략도 상대가 먼저 그것을 간파해 버리면 쓰지 않는 것만 같지 못하다. 따라서 책략이란 고도의 '머리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가도벌괵 '의 책략이 실패한 경우이다.
삼국 시대 오나라의 주유는 남군(南郡)을 총령하게 되자, 더욱 마음에 유비를 칠 일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형주를 차지할 욕심으로, 유비에게 서천을 치러 갈 테니 형주에 길을 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 계략을 눈치챈 제갈량에 의해 무산되고 말았다.
3. 삼국지연의
유비는 적벽대전 이후 뻔뻔스럽게도 형주에 눌러앉아 도무지 오나라에 형주를 돌려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에 주유는 여러가지 방법을 써보았으나 제갈량에게 번번히 당하기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주유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숙을 보내 유비에게 형주를 돌려줄 것을 재촉했다.
하루는 노숙이 형주에 와서 형주반환 문제를 얘기하고 있는데 유비가 갑자기 크게 울기 시작했다. 이에 놀란 노숙이 이유를 묻자 제갈량이 대답한다. 유비가 형주를 빌릴때 서천을 차지하면 돌려주겠다 하였지만, 서천의 주인은 유비와 종친인 유장이므로, 종친을 차마 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형주를 돌려주면 마땅히 갈 곳도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
이에 노숙이 주유에게 가서 아뢰자, 주유가 말한다.
"공은 다시 형주로 가서 유비에게 '손씨와 유씨 양 가문이 혼사를 맺었으니 바로 한 집안이옵니다. 만약 유씨로서 차마 서천을 빼앗을 수 없다면, 우리 東吳가 군사를 이끌고 가서 서천을 빼앗아 결혼 지참금 삼아 드릴 터이니 바로 형주를 돌려달라'고 하시오."
이에 노숙이 형주에 와서 말을 전했다. 제갈량이 감사를 표하자 노숙은 돌아갔다. 노숙이 돌아간 후로 제갈량이 크게 웃으며 유비에게 말했다.
"이는 바로 '가도멸괵지계'이옵니다. 서천을 빼앗겠다는 명분으로 실은 형주를 빼앗으려는 것이옵니다. 주공께서는 안심하시고 보고만 계시옵소서."
이렇게 제갈량은 주유의 '가도멸괵지계'를 꿰뚫어 보고 오히려 주유의 계략을 비웃어 주어 결국 주유로 하여금 금창이 터져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연의는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유가 쓰려던 계략도 바로 '가도멸괵'이다. 하지만 주유가 쓰려던 것은 반쪽짜리 계략이라 할 수 있다. 실제 '가도멸괵'은 괵과 순망의 관계에 있던 우나라로부터 길을 빌려 '괵'을 친 후, 다시 '우'를 치는 계략이었다. 이에 반해 주유의 계략은 단지 길을 빌린다는 핑계로 바로 형주만을 치려는 계략이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사람이지만 그가 있기에 내가 따뜻할 수 있는 것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일 것 같은 사람도 막상 없으면 허전하고 불안할 수 있다.
4. 현대에서의 적용
세상에 의미없는 이웃이란 없다. 아무리 원망과 갈등관계에 있더라도 이웃과 친척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따뜻한 입술이다. 직장에서 정말 미운 상사도, 일 못하고 게으른 부하도 어쩌면 나에겐 입술과 같은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 사람이 이 직장에서 없어졌으면 바라지만, 막상 그들이 없으면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봐야 한다.
원조 음식점은 주변에 생긴 유사 음식점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있기에 원조집은 더욱 빛날 수 있고,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음식관리에 힘을 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음식점뿐만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가까이 보면 경쟁 관계이지만 크게 보면 우리 기업과 운명을 같이하는 동종업계 회사다. 어쩌면 그들이 있기에 파이는 더욱 커질 수 있는 것이다. 내 주변이 없어지면 내가 더욱 편안할 것 같지만 결국 더 큰 재난을 만날 수 있다.
국제관계에서도 이 고사는 자주 인용된다. 현대에도 남한과 북한, 일본과 중국, 미국과 소련 등 다양한 국제 역학 관계에 놓여있는 국가들은 자국의 안전과 미래를 위하여 전략을 세우고 그에 따른 다양한 전술을 운용하고 있다. 내 주변국이 없어지면 결국 내가 다칠 것이라는 생각에 서로의 이익을 위해 줄을 당기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한 치 앞 밖에 보지 못하는 우나라 왕의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멀리 보는 안목을 가진 국민은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과 길을 빌려 우나라를 공격한다는 ‘가도벌괵’의 병법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적과 자기 나라 사이에 낀 약소국이 만약 적의 침공을 받게 되면 이쪽에서 곧 군사를 동원, 위력을 보이며 구원해 주지 않으면 안된다. 곤란에 직면한 약소국에 대해서는 입으로만 말하고 실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가도벌괵(假道伐虢)
- 길을 빌려서 괵나라를 정벌하다.
ABC 세 나라가 나란히 이웃하고 있었다. 어느날 강한 A나라가 가장 약한 C나라를 침략하여 자기 나라로 만들려는 욕심을 가지고 군대를 동원하였다. 그런데 C나라를 공격하려면 중간에 낀 B나라를 지나가야 했다. A나라는 B나라에게 돈과 보물을 줄 터이니 길을 잠깐 빌려달라고 했고, B나라는 K신하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돈을 받고 길을 빌려 주었다. 그러나 A나라는 C나라를 침략하고 돌아오는 길에 B나라도 공격하여 멸망시키고 말았다.
A나라는 애초부터 B, C나라를 모두 공격할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두 나라를 동시에 모두 공격하면 연합하여 방어할까 두려워 차례차례 무너뜨릴 계획을 세운 것이다. 여기서 힘이 강한 A나라는 진(晋)나라고, 길을 빌려 준 B나라는 우(虞)나라였고, 힘이 약한 C나라는 괵(虢)나라였다. 약육강식의 시대였던 중국의 춘추시대에 있었던 일이다.
이 사건을 모델로 생긴 병법이 ‘길을 빌려 괵나라를 정벌한다!’는 뜻의 가도벌괵(假道伐虢)이다.
내가 원하는 목표물을 제거하기 위하여 돈이나 재물로 주변을 매수, 하나하나 침략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 고사에서 절대로 길을 빌려 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B나라 신하 K는 궁자기(宮子奇)란 충신이었다. 그는 재물에 눈이 어두워 길을 빌려 주려고 하는 왕에게 이렇게 간언 하였다.
‘진나라가 우리 우나라와 괵나라를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두 나라가 연합하여 공동으로 대항할까 두려워서입니다. 우리 두 나라는 전통적으로 우방관계를 맺으며 입술과 이가 서로 의지하듯 살아왔습니다. 입술이 밥을 먹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지만 그 입술이 있기 때문에 이가 시리지 않고 따뜻한 것입니다. 만약 괵나라가 망하면 그 다음 공격목표는 우리나라가 될 것입니다.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린 다는 옛 이야기를 있지 말아야 합니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고사가 나온 배경이다.
나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사람이지만 그가 있기에 내가 따뜻할 수 있는 것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일 것 같은 사람도 막상 없으면 허전하고 불안할 수 있다.
세상에 의미없는 이웃이란 없다. 아무리 원망과 갈등관계에 있더라도 이웃과 친척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따뜻한 입술이다. 직장에서 정말 미운 상사도, 일 못하고 게으른 부하도 어쩌면 나에겐 입술과 같은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 사람이 이 직장에서 없어졌으면 바라지만, 막상 그들이 없으면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봐야 한다.
원조 음식점은 주변에 생긴 유사 음식점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있기에 원조집은 더욱 빛날 수 있고,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음식관리에 힘을 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음식점뿐만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가까이 보면 경쟁 관계이지만 크게 보면 우리 기업과 운명을 같이하는 동종업계 회사다. 어쩌면 그들이 있기에 파이는 더욱 커질 수 있는 것이다. 내 주변이 없어지면 내가 더욱 편안할 것 같지만 결국 더 큰 재난을 만날 수 있다.
국제관계에서도 이 고사는 자주 인용된다. 현대에도 남한과 북한, 일본과 중국, 미국과 소련 등 다양한 국제 역학 관계에 놓여있는 국가들은 자국의 안전과 미래를 위하여 전략을 세우고 그에 따른 다양한 전술을 운용하고 있다. 내 주변국이 없어지면 결국 내가 다칠 것이라는 생각에 서로의 이익을 위해 줄을 당기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한 치 앞 밖에 보지 못하는 우나라 왕의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멀리 보는 안목을 가진 국민은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과 길을 빌려 우나라를 공격한다는 ‘가도벌괵’의 병법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길을 빌려 괵나라를 치다. 이는 春秋時代(춘추시대)에 晉獻公(진헌공)이 晉나라와 인접해 있는 괵나라와 우나라 때문에 골치를 앓다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쓴 계략이다. 이는 아래에서 살펴보도록 하고, 풀이글을 보자.
"적과 아군의 두 나라 사이에 위치하는 약소국에 대해 만약에 적이 진출하면 우리도 구원을 명분으로 진출하여 차지한다. 약소국의 곤경에 말만 있고 행동이 없다면 신뢰하지 않는다.[兩大之間,敵脅以從,我假以勢.困,有言不信.]"
뭔가 딱히 와닿지 않는 해설이다. 실제 '가도벌괵'의 계략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다.
진헌공이 인접한 괵나라와 우나라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는 얘기는 앞에서도 한 바 있다. 하지만 진헌공이 괵을 치려 하면 우가 와서 괵에 가세하고, 또 우를 치려하면 괵이 와서 가세하는 바람에 쉽게 해결을 낼 수가 없었다. 이 우나라와 괵나라의 관계를 가리켜 '脣亡齒寒(순망치한)'의 입술과 이의 관계로 흔히 일컬어 왔을 정도였다.
한번은 괵나라가 또 진나라의 남방에 침범해 왔다. 진헌공이 대부 순식에게 상의한다.
"괵을 쳐야 할까?"
"우와 괵은 서로 친한 사이입니다. 우리가 괵을 치면 우는 반드시 괵을 돕습니다. 우리가 만일 군사를 옮겨 우를 치면 이번엔 괵이 반드시 우를 도울 것입니다. 신은 두 나라와 싸워 이겼다는 나라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대책을 논의하던 중에 순식이 아뢴다.
"신에게 한 가지 계책이 있습니다. 처음엔 괵을 굴복시키고 다음엔 우를 굴복시켜 두 나라를 모두 주공께 바치겠습니다."
"그런 좋은 계책이 있다면 속히 말하오."
"우와 괵 두 나라 사이를 떼어놓아야 합니다. 주공은 많은 뇌물을 우나라에 보내시고 잠시 길을 빌려[가도] 괵나라를 치십시오[벌괵]."
그리하여 우공이 탐내하는 좋은 구슬과 말을 가지고 순식이 우나라에 갔다. 우공은 처음에 괵나라를 치려는 것을 알고 분기충천했으나, 구슬과 말을 보고 태도가 바뀌었다. 또한 괵을 친 후에 괵에서 노획한 물건을 모두 바치겠다는 얘기를 듣고 또한 크게 기뻐했다. 이에 우공의 곁에 있던 궁지기가 간한다.
"주공께서는 진나라의 청을 승낙하지 마십시오. 속담에 이르기를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진나라가 우리 우와 괵에 손을 쓰지 못한 것은 우리 우와 괵이 입술과 이처럼 서로 돕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괵이 망하면 그 다음은 우리 우나라의 차례이옵니다."
그러나 우공은 궁지기의 말을 듣지 않고 진나라에 길을 내주었다.
이에 진헌공은 이극을 대장으로 삼고, 순식을 부장으로 삼아 우나라를 지나 괵나라를 쳤다. 그리고 괵나라를 친 후에는 괵나라 부고에 있는 보물의 10분의 3과 아름다운 궁녀들을 우공에게 바쳤다. 우공은 크게 기뻐했다. 그리고는 우나라를 찾아온 진헌공과 함께 사냥을 했다. 사냥을 하던 도중 성안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보니 진나라의 군사들이 도성을 점령해 버린 이후였다. 이에 우공은 진헌공에게 길을 빌려주고 결국 나라까지 넘겨주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가도벌괵'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기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가도벌괵'은 이 실제 사례보다 다른 사례로 사람들에게 더 익숙하다. 그것이 무엇인가 하면 바로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주유의 '가도벌괵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삼국지연의 제56회의 이야기이다. 유비는 적벽대전 이후 뻔뻔스럽게도 형주에 눌러앉아 도무지 오나라에 형주를 돌려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에 주유는 여러가지 방법을 써보았으나 제갈량에게 번번히 당하기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주유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숙을 보내 유비에게 형주를 돌려줄 것을 재촉했다.
하루는 노숙이 형주에 와서 형주반환 문제를 얘기하고 있는데 유비가 갑자기 크게 울기 시작했다. 이에 놀란 노숙이 이유를 묻자 제갈량이 대답한다. 유비가 형주를 빌릴때 서천을 차지하면 돌려주겠다 하였지만, 서천의 주인은 유비와 종친인 유장이므로, 종친을 차마 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형주를 돌려주면 마땅히 갈 곳도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
이에 노숙이 주유에게 가서 아뢰자, 주유가 말한다.
"공은 다시 형주로 가서 유비에게 '손씨와 유씨 양 가문이 혼사를 맺었으니 바로 한 집안이옵니다. 만약 유씨로서 차마 서천을 빼앗을 수 없다면, 우리 東吳가 군사를 이끌고 가서 서천을 빼앗아 결혼 지참금 삼아 드릴 터이니 바로 형주를 돌려달라'고 하시오."
이에 노숙이 형주에 와서 말을 전했다. 제갈량이 감사를 표하자 노숙은 돌아갔다. 노숙이 돌아간 후로 제갈량이 크게 웃으며 유비에게 말했다.
"이는 바로 '가도멸괵지계'이옵니다. 서천을 빼앗겠다는 명분으로 실은 형주를 빼앗으려는 것이옵니다. 주공께서는 안심하시고 보고만 계시옵소서.
이렇게 제갈량은 주유의 '가도멸괵지계'를 꿰뚫어 보고 오히려 주유의 계략을 비웃어 주어 결국 주유로 하여금 금창이 터져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연의는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유가 쓰려던 계략도 바로 '가도멸괵'이다. 하지만 주유가 쓰려던 것은 반쪽짜리 계략이라 할 수 있다. 실제 '가도멸괵'은 괵과 순망의 관계에 있던 우나라로부터 길을 빌려 '괵'을 친 후, 다시 '우'를 치는 계략이었다. 이에 반해 주유의 계략은 단지 길을 빌린다는 핑계로 바로 형주만을 치려는 계략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