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5 計 진화타겁(趁火打劫) :남의 집 불났을 때 도둑질하라!
진(趁)은 ‘~을 틈타다.’라는 뜻이다. 진화(趁火)는 ‘불난 틈을 탄다’는 뜻이고, 타겁(打劫)은 ‘훔치다’라는 뜻이다. ‘진화타겁(趁火打劫)’은 불이 나서 경황이 없을 때 물건을 도둑질한다는 것이다. 남의 불행이나 위기상황을 이용하여 전과를 거두라는 의미이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남의 실수는 나의 기회. 남이 어려울 때를 놓치지 않고 그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여 나의 이익과 실속을 채운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의 눈으로 보면 정말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적에게 심각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기회를 놓치지 말고 쳐들어가 이익을 얻고, 적에게 내부적인 위기가 닥쳤으면 적의 영토를 점령하며, 적에게 외부적이 위기가 닥쳤으면 적의 백성을 탈취하고, 적에게 내우외환이 함께 일어났으면 그 나라를 병탄하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원래 군사 병법에서 적군이 위기에 빠졌을 때 이 위기를 틈타 출격하여 상대방을 제압하라는 전술로 사용되었다. 손자병법 〈시계〉편에서도 ‘상대방이 혼란에 빠졌을 때 공격하여 취하라(亂而取之)!’라는 전술이 있다. 모두 상대방의 어려운 시기를 잘 포착하여 기회를 놓치지 말고 공격해야 손쉬운 승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1.
초나라의 장왕(壯王)은 진(陣)나라를 공략하기 위해 첩자를 보내어 그 허실을 살펴보게 했다.
"아직 진나라를 공격해서는 안되겠습니다."
"그것은 무엇 때문인가?"
"성벽은 높고 해자(垓字)는 깊으며 방비는 철통과도 같습니다. 게다가 군사들이 먹을 군량과 군마들이 먹을 마초(馬草)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들은 진왕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음, 그렇다면 진나라를 칠 절호의 기회는 바로 지금이군."
"그것은 무슨 연유입니까?"
"진나라에 멸망의 징조가 보이기 때문이네."
"..."
"그래도 모르겠는가. 진나라와 같은 소국이 그토록 전쟁 준비를 했다면 필경 혹독하게 세금을 거두어들여 백성들의 원망이 비등하고 있을 걸세. 또 그 나라에서 그처럼 성벽을 높이 쌓고 물길을 깊이 팠다면 많은 백성들이 심한 노역에 시달렸을 것인 즉, 그들은 모두 피로에 지쳐 마음속으로 깊이 원망하고 있지 않겠나?"
과연 장왕은 군사를 일으켜 진나라를 쳐 대승을 거두었다
2.
오, 월 동주시대에 월 왕 구천이 오나라가 천재지변을 당하여 벼가 모두 죽자 오나라를 침공하기로 결정하였다.
뒤에 오나라 왕 부차가 황지 땅에서 각국의 제후들과 회맹하느라 오나라를 떠났을 때 그 틈을 타 침공하여 원수인 오나라 부차를 죽였다.
중국 속담에 ‘남의 집 불난 곳에서 새는 냄비 때운다(趁火箍漏鍋)’라는 속담이 있다. 남의 집에 불이 붙어 활활 타고 있는데 그 화기(火氣)를 이용하여 자기 집 고장난 남비를 가져다가 구멍을 때운다는 이야기다. 불난 집에서 보면 열불 터지는 일이겠지만 남비 때우는 입장에서는 돈 안들이고 고장난 남비를 고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정말 중국인들의 발상이 기가 막히다.
한국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해도 너무했다’고 그 남비 때우는 사람을 비난할 것이다. 적어도 한국에는 이런 속담이 없다. ‘어떻게 남이 불행에 빠졌는데 그 틈을 타서 내 이익을 챙길 수 있겠는가’라는 것이 한국인들의 전통적인 정서다. 한국에는 기껏해야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는 정도의 속담이 있다. 불난 집에 차마 도둑질은 못하고 기껏해야 더 잘 타기를 마음 속으로 바란다는 정도의 생각이다. 남의 집 불났을 때 도둑질한다는 것은 정말 한국인의 전통 인식 구조 속에서는 차마 하지 못할 일이다.
3.
역사 속에는 어떻게 남의 위기를 나의 기회로 삼아 공격할 수 있느냐고 말하는 명분을 중요히 여긴 왕도 있었다.
“군자가 어찌 상대방이 어려움에 빠진 틈을 타서 뒤통수를 친단 말인가?”
춘추전국시대 송(宋)나라 양공(襄公)의 말이다. 초(楚)나라와 전쟁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었던 송나라 군대는 초나라 군대가 강을 건너오는 혼란한 틈을 타서 기습공격을 감행했어야 했다.
그러나 적이 혼란에 빠졌을 때 공격을 해야 이길 수 있다는 참모들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양공은 끝가지 명분을 지키다가 모든 병사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자신의 목숨까지 잃고 말았다. 그 당시 사람들은 양공을 비웃으며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 놀렸다. 쓸데없는 명분과 자존심에 얽매여병사들을 몰살시킨 의미 없는 리더의 인자함(仁)이라는 것이다.
현대에 있어서 진화타겁(趁火打劫)
“상대 기업이 어려운 틈을 타서 어떻게 우리 기업의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상대방이 자금에 고통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 기업을 합병하겠는가? 잠시 상품 홍보를 중단하고 상대방 기업이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려라!” 이런 사장은 정말 인간성이 훌륭하고 도덕적인 분이라고 칭찬 받을지는 몰라도 그냥 그 사장에 대한 칭찬으로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그 회사가 무한경쟁 사회에서 생존한다는 것은 정말 지난한 일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회사가 약육강식의 정글 논리에 의하여 만들어졌다가 사라진다. 어쩌면 그 생존의 긴장감과 몸부림이 기업을 기업답게 하는 힘일지도 모른다. 처절하게 패배하여 무릎 꿇고, 또다시 이를 악물고 일어서는 모습 속에서 좀더 강하고 생명력 있는 기업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남의 집 불 난 틈을 타서 그 집 물건을 훔치는 진화타겁(趁火打劫)의 전술은 생각에 따라서 조직의 체질을 단련시키는 과정일 수도 있다.
▶ 불난 집은 휘젓고 적의 곤경을 이용하여 쳐들어가라는 의미의 계책. 기회가 왔을 때는 벌떼처럼 공격하라. 적방에서 손해가 클 때는 이 기회를 틈타서 이익을 취한다. 이 계는 쾌괘에서 발전된 계책이다.
'진화타겁'은 불 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약탈을 한다는 뜻인데, 의역하면 남의 불난 집에 들어가서 닥치는 대로 물건을 훔친다는 것, 즉 적의 위기를 틈타서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드러난 약점뿐만 아니라 적국 또는 상대방의 내면적인 허점을 꿰뚫어 볼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
▶ 원문에 보면, 적에게 심각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기회를 놓치지 말고 쳐들어가 이익을 얻고, 적에게 내부적인 위기가 닥쳤으면 적의 영토를 점령하며, 적에게 외부적이 위기가 닥쳤으면 적의 백성을 탈취하고, 적에게 내우외환이 함께 일어났으면 그 나라를 병탄하라고 말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오, 월 동주시대에 월나라 왕 구천이 오나라가 천재지변을 당하여 벼가 모두 죽자 오나라를 침공하기로 결정하였다.
뒤에 오나라 왕 부타가 황지 땅에서 각국의 제후들과 회맹하느라 오나라를 떠났을 때 그 틈을 타 침공하여 원수인 오나라 부차를 죽게 한다.
이 계책의 본래 뜻은 불난 집에 침입하여 물건을 빼앗아 온다는 것이다. 남의 불행이나 위기상황을 이용하여 전과를 거두라는 의미이다.
비정한 계책이지만 상대에게 빈틈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사정을 봐주지 말라는 것.
▶ 초나라의 장왕(壯王)은 진(陣)나라를 공략하기 위해 첩자를 보내어 그 허실을 살펴보게 했다.
"아직 진나라를 공격해서는 안되겠습니다."
"그것은 무엇 때문인가?"
"성벽은 높고 해자(垓字)는 깊으며 방비는 철통과도 같습니다. 게다가 군사들이 먹을 군량과 군마들이 먹을 마초(馬草)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들은 진왕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음, 그렇다면 진나라를 칠 절호의 기회는 바로 지금이군."
"그것은 무슨 연유입니까?"
"진나라에 멸망의 징조가 보이기 때문이네."
"..."
"그래도 모르겠는가. 진나라와 같은 소국이 그토록 전쟁 준비를 했다면 필경 혹독하게 세금을 거두어들여 백성들의 원망이 비등하고 있을 걸세. 또 그 나라에서 그처럼 성벽을 높이 쌓고 물길을 깊이 팠다면 많은 백성들이 심한 노역에 시달렸을 것인즉, 그들은 모두 피로에 지쳐 마음속으로 깊이 원망하고 있지 않겠나."
과연 장왕은 군사를 일으켜 진나라를 쳐 대승을 거두었다.
불난 집에 들어가 도둑질하다. 쉽게 말하자면 '불난 집에 도둑 든다'는 얘기다. 적의 재난과 내분, 외환 등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재빨리 쳐들어가서 승리를 주우라는 이야기이다.
원문의 풀이글은 다음과 같다.
"적이 당한 재난이 클때, 그것을 기회로 삼아 형세에 편승하여 승리를 거둔다. 그것이 강함(剛)으로 부드러움(柔)을 끊는다는 것이다.[敵之害大,就勢取利,剛決柔也.]"
예를 살펴보자.
초한지를 보면 촉으로 쫓겨간 유방이 한신을 앞세우고 진창으로 밀고 나와 순식간에 관중을 점령해 버린다. 물론 이는 三秦王(삼진왕)들과 항우의 방심이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항우가 제나라의 반란을 제압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일 제나가의 반란이 없었다면 항우가 단번에 유방을 제압해 버렸을 것이다.
항우는 秦을 무너뜨린 후 논공행상을 통해 용감히 싸운 장수들을 왕으로 임명했는데, 그 이전에 정치적으로 병사들을 모으고 외교적으로 힘을 기울였던 원래의 왕들은 모두 폐하여졌다. 이에 불만을 품은 제나라의 전영이 반란을 일으키자 이를 토벌하기 위해 그쪽에 항우가 가 있던 사이에, 유방이 슬그머니 관중을 차지해 버린 것이다. 그 이후에 항우가 유방을 토벌하려 하자 유방은 항우에게 서신을 보냈는데, 그 내용은 '자신은 고향이 그리워 나왔을 뿐이지, 서초패왕과 다툴 생각이 없다. 오히려 제나라 쪽이 위험하니 그 쪽에나 신경을 쓰라'는 내용이었다. 항우는 그 말을 믿고 제나라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사이에 유방은 야금야금 세력을 넓혀갔던 것이다.
또한 유방이 항우를 최종적으로 이기는 데에는 한신의 힘이 컸다. 한신은 유방의 휘하군이 아니라 별동대로서 활약했다. 항우가 유방에게 신경을 쓰고 있는 사이에 한신이 항우가 없는 곳에서 세력을 키워 마침내는 항우와 유방보다도 큰 세력을 이루게 된다.
역사에서 가장 흔히 살펴볼 수 있는 예는 '적의 군주나 장수가 죽어서 혼란에 빠져 있는 사이에 쳐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그에 못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적이 喪을 당했을 때 공격하는 것은 仁義에 어긋납니다' 라며 말리는 신하들의 모습이다. 그만큼 성공한 예도 많고, 실패한 예도 많다.
三國志演義에 등장하는 일화를 하나 살펴보자.
조조의 아버지 조숭이 서주에서 살해당하자, 조조는 병사들을 거느리고 서주를 짓밟는다. 그 틈을 타서 승냥이 여포가 연주를 함락시키고 복양을 공격하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조조는 급히 말머리를 돌렸다. 하지만 서전에서 여포에게 패하고, 거기에 복양에서 여포의 계략에 빠져 목숨을 잃을 뻔한다. 겨우 살아난 조조는 복수를 꾀한다.
"하찮은 놈의 계략에 빠졌구나. 내 반드시 복수해 주리라."
곽가가 말한다.
"어서 계책을 펴소서."
"지금은 놈들의 계책을 역이용해야겠다. 내가 화상을 입고 火毒(화독)이 퍼져 오경 때 이미 죽었다고 거지말을 퍼뜨려라. 여포는 반드시 군사를 이끌고 공격해 올 것이다. 우리는 마릉산 속에 숨어 있다가 그들을 치면 여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리하여 군사들에게 상복을 입히고 發喪(발상)준비를 하도록 하며 조조가 죽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이 소식을 들은 여포는 즉시 공격해 들어왔고, 조조에게 궤멸적인 타격을 입고 겨우 복양으로 돌아갔다.
이는 진화타겁을 역으로 이용한 예이다.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중국은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며 喪을 기화로 공격하거나 이를 역으로 이용하는 계략이 부지기수였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예라 할 것이다.
三國志演義에서 喪을 이용한 계략이라 하면, 다음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도망치게 했다'는 이야기.
오장원에서 대치하고 있던 魏와 蜀. 제갈량이 계속 싸움을 걸어도 절대로 싸우지 않던 사마의는 어느 날 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제갈량이 죽었음을 예감한다. 그리고 촉군이 물러가고 있다는 보고를 듣고는 제갈량이 죽었다고 확신하고 병사들을 이끌고 추격에 나선다. 하지만 후미의 사륜거에 제갈량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크게 놀라 도로 달아난다. 후에 제갈량이 생전에 만들어 놓은 나무인형이었음을 알고는 제갈량의 재주에 감탄해 마지 않는다...는 演義의 이야기이다(물론 실제 일어났던 일화일리는 만무하다. 어디까지나 나관중이 꾸며낸 이야기).
어쨌거나 이것도 위의 조조의 일화와 일맥상통하는 일화라 할 것이다.
*. 이 '진화타겁'은 내용상 바로 앞의 '이일대로'와 연결되는 계략이다. '이일대로'로 적이 피로해지기를 기다리고, 그러한 상태의 적을 공격하는 것이 '진화타겁'인 것이다
진(趁)은 ‘~을 틈타다.’라는 뜻이다.
진화(趁火)는 ‘남의 집 불난 틈을 탄다’는 뜻이고, 타겁(打劫)은 ‘훔치다’라는 뜻이다.
‘진화타겁(趁火打劫)’은 남의 집에 불이 나서 경황이 없을 때 그 집 물건을 몰래 몰래 도둑질한다는 것이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남의 실수는 나의 기회.
남이 어려울 때를 놓치지 않고 그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여 나의 이익과 실속을 채운다는 전술이다.
일반인들의 눈으로 보면 정말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 전술은 원래 군사 병법에서 적군이 위기에 빠졌을 때 이 위기를 틈타서 출격하여 상대방을 제압하라는 전술로 사용되었었다.
손자병법 〈시계〉편에서도 ‘상대방이 혼란에 빠졌을 때 공격하여 취하라(亂而取之)!’라는 전술이 있다.
모두 상대방의 어려운 시기를 잘 포착하여 기회를 놓치지 말고 공격해야 손쉬운 승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역사 속에는 어떻게 남의 위기를 나의 기회로 삼아 공격할 수 있느냐고 말하는 명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군자가 어찌 상대방이 어려움에 빠진 틈을 타서 뒤통수를 친단 말인가?”
중국 춘추시대 송(宋)나라 양공(襄公)의 말이다.
초(楚)나라와 전쟁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었던 송나라 군대는 초나라 군대가 강을 건너오는 혼란한 틈을 타서 기습공격을 감행했어야 했다.
그러나 적이 혼란에 빠졌을 때 공격을 해야 이길 수 있다는 참모들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양공은 끝가지 명분을 차리다가 모든 병사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자신의 목숨까지 잃고 말았다.
그 당시 사람들은 양공을 비웃으며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 놀렸다.
쓸데없는 명분과 자존심에 얽매여 병사들을 몰살시킨 의미 없는 리더의 인자함(仁)이라는 것이다.
중국 속담에 ‘남의 집 불난 곳에서 새는 냄비 때운다(趁火箍漏鍋)’라는 속담이 있다.
남의 집에 불이 붙어 활활 타고 있는데 그 화기(火氣)를 이용하여 자기 집 고장난 냄비를 가져다가 구멍을 때운다는 이야기다.
불난 집에서 보면 열불 터지는 일이겠지만 냄비 때우는 입장에서는 돈 안들이고 고장난 냄비를 고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정말 중국인들의 발상이 기가 막히다.
한국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해도 너무했다’고 그 냄비 때우는 사람을 비난할 것이다.
적어도 한국에는 이런 속담이 없다.
‘어떻게 남이 불행에 빠졌는데 그 틈을 타서 내 이익을 챙길 수 있겠는가’라는 것이 한국인들의 전통적인 정서다.
한국에는 기껏해야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는 정도의 속담이 있다.
불난 집에 차마 도둑질은 못하고 기껏해야 더 잘 타기를 마음 속으로 바란다는 정도의 생각이다.
남의 집 불났을 때 도둑질한다는 것은 정말 한국인의 전통 인식 구조 속에서는 차마하지 못할 일이다.
“상대 기업이 어려운 틈을 타서 어떻게 우리 기업의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상대방이 자금에 고통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 기업을 합병하겠는가? 잠시 상품 홍보를 중단하고 상대방 기업이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려라!”
이런 사장님은 정말 인간성이 훌륭하고 도덕적인 분이라고 박수 받을지는 몰라도 그 회사가 이 힘든 경쟁 사회에서 생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벤처업계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회사가 약육강식의 정글 논리에 의하여 만들어졌다가 사라진다.
어쩌면 그 생존의 긴장감과 몸부림이 벤처를 벤처답게 하는 힘일지도 모른다.
처절하게 패배하여 무릎 꿇고, 또다시 이를 악물고 일어서는 모습 속에서 좀더 강하고 생명력 있는 벤처 기업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남의 집 불난 틈을 타서 그 집 물건을 훔치는 진화타겁(趁火打劫)의 전술은 생각에 따라서 조직의 체질을 단련시키는 과정일 수도 있다.